렌즈명: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


발매년도: 1939년


렌즈구성: 2군 5매

최단거리: 0.9m

필터지름: 40.5mm

본체무게: 135g

생산개수: 약 500개




  오늘은 매우 특별한 리뷰가 될 것 같네요. Carl Zeiss사에서 개발한 35mm 화각의 렌즈 중 가장 보기 힘든 렌즈로 알려진 CZJ Herar 3.5cm F3.5가 리뷰란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유독 짜이스의 렌즈에는 전설이 많지만, 뭐 이 렌즈로 말하자면 정말로 정말로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렌즈입니다. 저도 실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겨울심장님께서 클리닝과 함께 리뷰를 맡겨 주셔서 이렇게 팔자에도 없는 Herar를 써볼 수 있었습니다. 귀한 렌즈를 흔쾌히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주신 겨울심장님께 이번 리뷰를 바칩니다. ㄷ



Nikon SP / CZJ Herar 3.5cm F3.5 / Fuji Industrial 100 B&W converted




1. 코팅기술의 도래와 함께 단명한 정공의 Herar.


  1936년 짜이스사는 렌즈 면에 박막의 불화 화합물을 증착시켜 난반사를 획기적으로 줄인 T코팅을 개발하게 된다. 20세기 광학렌즈 역사에 있어 가장 큰 발명이라고 일컬어지는 T코팅이 발명되기 1년 전, 코팅의 도움 없이 오로지 설계와 광학재만으로 렌즈면의 난반사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S
ylvester Huber에 의해 개발된 Herar 타입이다. 이후 예나에서는 이 Herar타입을 35mm 에서 180mm의 화각과 F2~F4.5에 이르는 다양한 조리개를 갖춘 렌즈들의 개발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였고, 1939년 비로소 완성된 Herar 3.5cm F3.5는 뛰어난 성능은 물론 비오곤에 비해 저렴한 제조단가까지 갖출 수 있어 광학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Herar는 상대적으로 어두운 밝기에서도 더욱 저렴했던 CZJ Orthometar 3.5cm F4.5와 F2.8의 밝기와 압도적인 해상력으로 생산되고 있었던 CZJ Biogon 3.5cm F2.8의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개발 당시부터 1급 기밀로 취급되어 군수물자에만 적용되어오던 코팅 기술이 전쟁통에 노출되고 만다. 이에 누구나 광학렌즈의 난반사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고, 이어지는 일본광학의 약진과 전후 비오곤의 리뉴얼로 마침내 Herar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만다. 


  현재 존재하는 개체는 시리얼로 추산해볼 때 500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상으로는 1939년 8월 예나에서 1,000개가 제작, 1944년까지 400개가 판매되었다고 하며 1943년 부터 1944년까지 렌즈의 재고는 600개였던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이 렌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실제로 1,000개가 생산되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2. 2군의 렌즈 구성으로 T코팅에 필적하는 컨트라스트를 달성.



  코팅이 되지 않은 렌즈는 광학부를 통과한 빛이 빈 공간을 지나 다시 렌즈면에 입사할 때 난반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완성되는 화상의 콘트라스트를 저하시키고 컬러의 포화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무코팅 렌즈에서 치명적인 내부 렌즈간의 난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 Huber는 5개의 렌즈를 2군으로 묶어 렌즈면에 입사한 빛이 공기층으로 나와 내부 렌즈면에 부딫히는 횟수를 단 2회로 줄이는데 성공한다. (공기층에서 렌즈면을 통한 전체 입사회수는 Herar가 4회/ Biogon 8회) 그러나 당시 이렇게 획기적이었던 Herar의 어마어마한 장점은 매수와 렌즈군 수에 관계없이 어떠한 렌즈 설계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코팅기술의 대중화에 밀려 단명하고 만다. 







Herar 3.5cm F2.8, F3.5의 렌즈설계 특허





3. 35mm 쌍둥이 렌즈들과 Herar.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는 동시대에 제작된 CZJ Orthometar 3.5cm F4.5, Biogon 3.5cm F2.8과 경통을 공유한다. 조작감 등은 이들 렌즈와 동일하며 렌즈는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렌즈뭉치는 조리개를 전후로 하여 1군씩 2군이 경통에 고정되어 있으며 렌즈구조가 간단하고 모듈식으로 조립되어 있어 분해조립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사실상 비오곤 등의 전전, 전후형 렌즈들은 조립과 품질유지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모듈식으로 제작되어 조립시 광축의 오차나 핀 문제가 발생하기 매우 힘든 구조인데 최근 일본에서 저가로 물건을 떼다 수리하여 중고장터에 판매하는 중고업자 중 짜이스 렌즈들 중 멀쩡한 렌즈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자주 볼수 있으나 이는 자신의 렌즈를 고가에 판매하기 위해 퍼뜨리고 있는 수많은 루머 중 하나이므로 가볍게 무시해도 좋다.  


  조리개링의 부품은 F3.5 조리개에 맞게 설계되었으며 CZJ Biogon 3.5cm F2.8 등 같은 35mm 화각의 렌즈들에 비해 필터링과 네임링 사이에 계단식으로 한번 더 턱을 만들어 공을 들인 모습이다. 렌즈의 설계 목표가 수차를 최소화기 위함이었음을 고려해 볼 때 이 부분 역시 후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같은 목적으로 설계되었을 것이다. 





4. 코팅된 렌즈에 맞먹는 컬러감과 섬세함, 회화적 표현력을 갖춘 렌즈.

  

  Herar를 사용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오래 전에 사용했었던 Carl Zeiss Planar 35mm F3.5의 느낌을 떠올리게 되었다. 같은 조리개 수치를 가지고 있어 언뜻 닮은 구석이 있는가 하면, 분명히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플라나가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진한 컬러와 고른 배경흐림을 보여준다면 Herar는 개방시 중앙부는 수차없이 날카롭고 세밀하게 묘사해나가면서 주변부로 가면서 회화적인 묘사로 붓터치를 바꿔나간다. 이는 포트레이트에서 상당한 집중력을 이끌어내주며 디테일이 많은 정물 묘사에서 또한 개성있는 장면을 메꾸어낸다. 


  컬러재현력은 매우 특이한데 이는 같은 무코팅 렌즈인 오쏘메타, 비오곤과 비교하더라도 분명 그 색이 진하며 코팅된 렌즈에 비견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색감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무코팅렌즈로 보여지지 않는 발색은 설계상의 특성에서 오는 것으로 다른 전전형 무코팅 렌즈에 비해 렌즈간 난반사로 인해 발생하는 수차가 적은 것에서 기인한다. 리뷰에서 사용한 필름이 비교적 중립적인 색감을 가지고 있는 Fuji Provia 100F 였음에도 현대적이고 독특한 발색을 내고 있는 것을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입체감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시대에 개발된 비오곤에 비해 다소 플랫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F3.5 라는 조리개에서 오는 심도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CZJ Biogon 3.5cm F2.8의 입체감은 여타 렌즈와 비교할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동일 조리개의 동사, 타사 렌즈들에 비해서도 두드러지는 편이다. 


  보케(빛망울)가 바깥을 향해 퍼져나가는 Biogon이나 Sonnar의 그것과 상반된 형태로 약하게 회오리치는 듯한 형태인데, 아마도 렌즈면의 반사를 최소화 하기 위해 2군으로 줄인 상태에서 구면수차까지 억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회오리 보케는 짜이스에서 설계한 극히 일부의 렌즈들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보케의 형태는 중앙부에서 레몬형으로 퍼져나가며 점점 작아지다 주변부로 가면서 깎아놓은 사과모양으로 살살 뒤집히기 시작하는데 Herar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이니 고민하고 있다면 지르자.



  







5. 바디와의 매칭.



  Herar는 Orthometar와 경통을 공유하는데 이점 때문에 두 렌즈간의 장착시 느낌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F3.5 밝기의 전면부 렌즈가 좀 더 크므로 Orthometar에 비해 렌즈부가 눈에 잘 띈다. 무코팅 전전형 비오곤의 경우 F2.8의 조리개 수치로 인해 대물렌즈가 상당히 크고 이에 주변 반사광이 비쳐 거울과 같이 빛나 맑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운 반면, 렌즈알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반사광이 도달하지 않는 Herar의 경우 검고 맑은 눈동자와 같은 모습이 마치 흑진주 마냥 신비감을 주어 계속 들여다보고 있게 만든다.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는 전형적인 전전형 렌즈의 경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디 결착시 주의를 요한다.특히 복각 Nikon RF 바디의 경우 바디가 약간 두껍기 때문에 페인트나 크롬 도금을 긁고 지나갈 수 있다. ㅜㅜ 매칭은 크롬과 블랙페인트 바디 모두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블랙페인트 바디에 마운트 했을 때 반짝이는 크롬 도금과 셀프타이머, 상판 다이얼과 파인더창의 반사광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블랙과 크롬 버젼의 렌즈가 함께 출시된 니콘과 달리 짜이스 렌즈들의 경우 Contax I 바디시절에 나온 렌즈 말고는 어차피 크롬도금의 렌즈들 뿐이므로 블랙 니콘 레인지파인더와 짜이스 렌즈간의 매칭이 좋다는 것은 장점으로 승화한다면, 마이너 유저로써의 정신승리를 또 하나 추가할 수 있다.






6. 마치며.



  10여년전 Nikon S2와 Nikkor-S.C 5cm F1.4로 시작된 여정이 어느새 Herar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써보지 못한 렌즈 몇개를 제외하면 정말 이제 거의 다 써봤다고 할 수 있는데, 워낙 고가이고 입수하기 힘든 렌즈들이라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그래도 주변분들의 지속적인 정보와 교류 덕분에 하나씩 리스트를 업데이트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지인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를 비롯한 필름유저들이 계획하고 작업하고 있는 소규모 비정기 사진집 Shoot-film의 내용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페이지입니다. 이제 4번째 발간을 기획하고 있는 Shoot-film은 한권씩 모여 국내 사진사의 한 점으로 시작되었지만 획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수고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shoot-film.net/portfolio/



 이것으로 Carl Zeiss Jenar Herar 3.5cm F3.5 렌즈의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고가의 렌즈이고 세상에 남은 개수가 500개가 채 안된다고 생각하니 문화재를 가방에 모시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은 부담스러움이 있었습니다. 광학의 발전이 태동하던 시기에 잠시 세상에 나왔다 사라진 렌즈이지만 그 우직한 접근 방식으로 신기술과 대등한 결과물을 뽑아낸 유일한 렌즈라는 점에서 Herar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