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이은 포스팅이 저도 놀라울 따름인데요 ㅎㅎ 오늘 소개해드릴 카메라는 아이코닉한 모습으로 사진가는 물론 찍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롤라이플렉스입니다. 이걸 들고 촬영을 다니면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경계심이 많이 풀리는 모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촬영시 직접적으로 피사체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게 되기 때문에 찍히는 사람은 보통의 카메라에 비해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점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세로로 배치된 두개의 큰 눈이 맑눈광 로봇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역시 모노아이보단 듀얼아이인 것이죠(?).
롤라이플렉스 시스템은 무코팅 렌즈를 장착한 1929년 Rolleiflex Original(Carl Zeiss Tessar 7.5cm F4.5 / F3.8)을 시작으로 2015년 아포렌즈가 적용된 S-Apogon 80mm F2.8 렌즈를 장착한 마지막 모델 Rolleiflex FX-N에 이르기 까지 거의 9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생산되어 오며 사진계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갑자기 왠 뜬금없이 이토록 대중적인 롤플 리뷰인가! 라고 생각하셨다면 아직 저의 변태성을 잘 모르시는 분. 혹시라도 '아니 대체 이건 무슨 모델이길래?!' 라고 생각하셨다면 당신은 이 블로그의 진성 독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ㅎㅎ 그러면 간단하게 F2.8 밝기를 가진 초기형 롤라이플렉스 모델(2.8A, B, C)들을 정리하며 시작해볼까요.
1. Rolleiflex 2.8A / Zeiss-Opton Tessar 80mm F2.8 (1949~1951)
첫번째로 80mm f2.8 렌즈를 장착한 롤라이플렉스로 초기 생산분은 동독제 테사를 장착한 후 출고되었으나, 애초에 대구경화에 한계점을 가진 Tessar 설계로는 개방에서의 소프트한 화질과 주변부 수차 문제를 극복할 수 없었고 대부분 리콜을 통해 성능이 개선된 서독제 Zeiss-Opton Tessar로 교체되었습니다. 후기형은 아예 이 렌즈가 장착되어 출고가 되었습니다. 테이킹 렌즈에만 적용된 T코팅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생산량은 약 9,870대.
2. Rolleiflex 2.8B / Carl Zeiss Jena Biometar 80mm f2.8 (1952-1953)
평이 좋지 않았던 Rolleiflex 2.8A의 렌즈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고성능의 Biometar 80mm F2.8 렌즈를 장착한 롤라이플렉스 2.8B는 1년이라는 단기간만 생산되었고 전량 미국으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전후 악화된 동,서독간의 관계로 인해 단지 1,250대만이 생산되었습니다.
3. Rolleiflex 2.8C / Schneider Xenotar 80mm F2.8 & CZ Planar 80mm F2.8 (1952 후반- 1955)
전기형은 슈나이더사의 제노타 렌즈가, 후기형은 칼 짜이스 플라나 렌즈가 추가되어 두 종류가 동시에 생산되었습니다. 또한 2.8B 모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중노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생산대수는 약 30,000대 이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한 모델이었습니다.
위에 소개된 롤라이플렉스 전기 3개 모델만이 가지는 특징은 10장의 조리개를 채용, 조리개의 수치 변화에도 원형에 가까운 빛망울이 유지할 수 있어 클래식 포트레이트 장르에서 피사체와 배경 간의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오각형 보케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롤라이플렉스는 워낙 팬층이 두터운 TLR이다보니 이후 모델들에 대한 정보들은 인터넷 상에 잘 정리가 되어있고 그 양도 방대하므로 중형 찍먹러인 제가 이후 모델들까지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별도 검색하시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으로 생각되어 바디 소개는 이정도로 마치는 편이 좋겠습니다.
묘사특성과 빛망울의 생김새는 당연하지만 이 렌즈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135포맷의 Contax RF용 CZJ Biometar 35mm F2.8과 유사한 특성을 가집니다. 비오메타 특유의 진한 컬러감과 느끼기 힘들정도로 잘 보정된 왜곡, 개방에서도 충분한 해상력에 여유있는 이미지 써클로 비네팅이나 주변부 수차의 문제도 테사 버젼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f2.8의 밝은 렌즈임에도 어두운 순정의 격자 스크린 사용시는 포커스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당시 이렇게 혁명적이었던 비오메타의 설계는 개발을 주도했던 쵤러 박사와 함께 설계에 참여했던 루돌프 졸리쉬가 서독으로 피신하면서 당시 개발 중이던 아이디어들이 Schneider사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이로인해 롤라이플렉스 2.8C형의 렌즈가 Xenotar와 Zeiss-Opton의 Planar로 발빠르게 전환되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노타의 설계도면을 찾아보면 비오메타와 일부 곡률만 다를 뿐 2군 렌즈에 2장이 붙여진 형태까지도 동일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서독 자본의 물량 공세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했던 예나의 Biometar는 Rolleiflex 2.8B에 1,250개, 135 포맷용인 Contax Rangefinder용으로 1,614개만이 생산된 채 단명하고 맙니다. 탄생과 동시에 쇄락의 길을 걸었던 Rolleiflex 2.8B는 시간이 지나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현재는 콜렉터 아이템으로 상당한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 손에 의해 창조된 숨결없는 광물질들의 운명도 인간사와 국제정세의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가 뒤집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람의 인생도 그와 같아서 미물같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창조주에 섭리에 의해 매순간 뒤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쫓지 않고 응당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며 살다가 어느새 노쇄하여 먼지가 쌓였어도 고고하게 푸른 빛을 내는 콜렉터블한 그런 삶을 살고 싶군요.
Carl Zeiss Jena 35mm F2.8의 Reivew
-Fin-